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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도 안나왔는데... 이재수는 왜 '수갑'을 차고 있었을까?

작성자
김미화
작성일
2018-12-10 08:51
조회
333
구속영장도 안나왔는데... 이재수는 왜 '수갑'을 차고 있었을까?

이재수 전 국군 기무사령관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7일 13층 오피스텔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사령관은 나흘 전(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할 때 양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검찰 마크가 찍힌 검은색 덮개로 가리기는 했지만 수갑 찬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섰을 때 그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리고는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내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인가’라고 묻자 단호하게 "그렇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의 수갑 찬 모습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에 몸담았던 전직 수사관은 "법 절차로 문제는 없겠지만, 불체포 피의자에 대해 수갑을 채우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20여년 근무하는 동안 체포한 피의자를 제외하고 영장심사 받을 때 데리고 가면서 수갑을 채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이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닷새 뒤 영장심사가 잡혔고, 이날 밤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영장심사를 했던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부장판사는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결국 이튿날 새벽 이 전 사령관은 풀려났다. 검찰은 구속될지, 안될지 모르는 피의자를 수갑까지 채워 언론에 공개했고, 결국 구속도 실패한 셈이 됐다.

검찰 측은 "법적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전구속영장의 경우 보통 구인영장이 함께 발부된다. 이는 영장심사가 이뤄지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구인영장의 집행은 영장심사 당일 심사가 열리기 직전에 집행된다.

이 전 사령관의 경우 지난 3일 오전 영장심사를 앞두고 검사실에 들어간 직후 구인영장이 집행됐다. 이 전 사령관 입장에선 이때부터 사실상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법대로하면 수갑을 채울 수도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구인영장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면서 "원칙에 입각해 그 같은 조치를 했을 뿐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통상 포토라인에 세울 정도로 알려진 인물을 수갑을 채워 법원으로 데려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심사가 끝난 뒤 구금을 위해 이동할 때도 사실 수갑을 잘 채우지는 않는다"며 "수갑은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위험이 있는 흉악범 등을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의 경우 영장심사 때 구속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검찰이 심리적 압박용으로 수갑을 채우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박병대(왼쪽)·고영한(오른쪽)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로에 섰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지난 6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왔을 때 수갑은 차고 있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지난 10월 26일 열린 영장 실질 심사 때는 별다른 계구(戒具) 없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유명인’들의 모습.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조선DB·뉴시스 등[/caption]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2차례나 영장심사를 받았지만 모두 ‘맨손’이었다.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 수감 중인 최경환·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였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영장심사를 받을 때는 모두 수갑을 차지 않은 모습이었다.

출처 : 김명진 기자/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8/20181208008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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