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게시판

타이거 우즈의 싸인 모자값, 그리고 화려한 외출

작성자
달래아짐
작성일
2018-10-04 20:49
조회
344
 



 

10년전...
큰아이가 5학년때쯤의 일이다.

“어머니, 타이거우즈의 사인 모자는 2억원인데, 왜 나이키 공장 노동자가 만든 모자는 5000원 일까요?”
“... 타이거 우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모자를 갖고 싶어 하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 건 혼자 생각해 낸 거니?”

“아니요, 저희 반 담임선생님께서 사회 토론 주제로 정하셔서요. ”

“그래? 어떤 얘기가 나왔어?”

“나이키 공장 노동자들이 너무 작은 임금을 받고 있고 불공평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던?”
“선생님께서도 애들 얘기에 끄덕끄덕하셨어요.”

선뜻 선생님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던 나는 부가 가치의 개념을 조금 쉽게 설명해 주는 선에서 설명을 해주었다.
다음날 주위 엄마들에게 큰아이의 5학년 담임선생님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선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이라는 점, 그런데 5월만 되면 ‘화려한 휴가’라는 518 관련 영화를 틀어 준다는 점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같은 반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무렴 어떠냐?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되지‘ 였다.

얼마 후, 큰 아이는 그 화려한 휴가를 교실에서 관람하고 왔고, 임산부에게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밤이 무섭다고 했다.
그러나 그 '화려한 휴가'를 중1때 성당의 교육관에서 본 적이 있는 나는 폐혜을 잘 알고 있었고 현대역사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초등 5학년에게 검증도 되지 않은 영화를 틀어주는 그 선생님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5학년 반장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함께 문제제기를 하는게 어떠냐’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반장 엄마의 대답이 참 기운빠지는 것이었다.
여자 아이라 무서워하긴 했는데, 만약 항의 했다가 선생님 눈 밖에 나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학년 초인데 아이에게 안 좋을 것 같다고하며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도 걱정은 되었다.
그래서 우회하기로 마음을 먹고, 교감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5학년 익명의 학부모로...

교감 선생님께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아무 역사적 배경 지식이 없는 아이들에게 그런 영상을 보여주면 어떻게 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 교감 선생님 말씀이 참...
“그 선생님이 애들도 잘 가르치시고 능력도 좋으신데요. 이상하네요.”

"그래서요?"

" 그 선생님께서 5월만 되면 더러 그러시긴 하는데요. 지나면 또 괜찮으세요."

“ 그래요? 그럼 교육청에 제보할까요?”

“ 아, 그래도 ... 제가 알아보고 주의 드리겠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열받는다.

그땐 그 문제를 전교조의 문제로까지 생각하지 못 했을 때였다.

모두가 조금씩 방관했다.
지금이 그 결과인 것이다.

난 내 아이들의 정신은 지켰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 나머지 아이들이 내 아이들과 함께 성인의 문턱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전체 0

전체 8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8
봄이네요~
지은이 | 2019.03.09 | 추천 0 | 조회 4
지은이 2019.03.09 0 4
7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김지은 | 2019.02.14 | 추천 0 | 조회 18
김지은 2019.02.14 0 18
6
콩으로 빚은 술, 커피 ...
이지은 | 2018.10.13 | 추천 0 | 조회 169
이지은 2018.10.13 0 169
5
이게 <사람사는 도시>일까, 평양의 고층건물은 <고충건물>이다
정정해 | 2018.10.05 | 추천 1 | 조회 177
정정해 2018.10.05 1 177
4
타이거 우즈의 싸인 모자값, 그리고 화려한 외출
달래아짐 | 2018.10.04 | 추천 0 | 조회 344
달래아짐 2018.10.04 0 344
3
어쩌다 귀향 - 국군유해 송환
hwlee8 | 2018.10.03 | 추천 0 | 조회 539
hwlee8 2018.10.03 0 539
2
유은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hwlee8 | 2018.10.03 | 추천 4 | 조회 586
hwlee8 2018.10.03 4 586
1
광화문광장이 타임스퀘어, 피카딜리 서커스가 될 수 없는 이유
hwlee8 | 2018.09.19 | 추천 1 | 조회 238
hwlee8 2018.09.19 1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