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Clippings

코르사코프증후군(Korsakoff's syndrome)과 소주유죄

작성자
hwlee8
작성일
2018-12-02 02:36
조회
141
 



무려 2년간 끌어온 이 난국이 곧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오길 바라는게 나 뿐 아니겠지만, 여기저기 나오는 소식들을 종합해 보면, 곧 이 대하드라마의 서막이 끝이 나고 메인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저 심심하니까, 병원에서 간병하는 틈틈이 심리학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본다. 앞에도 얘기 했지만, 아마 온갖 심리학의 법칙들이 집단적으로 현실에서 구현되는 나라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몇년전 회사를 은퇴하고 그저 개인적인 관심에 모 사이버대학의 심리학과에서 잠깐 공부를 했지만, 솔직히 사이버대학이란 곳의 수준이 너무 거시기해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때려치우긴 했다. 그저 그 시간에 혼자 관심있는 책이라도 한권 더 보는게 나을 것 같아서.

이 코르사코프증후군은 19세기말 러시아병리학자인 코르사코프가 발견한 것이라고 해서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장기적인 알콜중독이 뇌에 손상을 일으켜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얘기한다. 술 꽤나 친해본 사람은 다들 경험한 것이지만, 술에 만취한 다음날 소위 <필름이 끊기는 것>도 같은 사례가 아닐까싶다.

이 증후군 또한 여러 단계가 있는데, 순행성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이라고 해서 기억이 상실된 이전의 기억은 보존되지만, 그 이후 기억을 못하는 것도 있으며, 간혹 기억이 끊긴 공백을 허구의 이야기로 채우려는 일종의 망상증세인 作話症(작화증: Confabulation)도 있다.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 역행성기억상실(Retrograde Amenesia)이 일어나 뇌손상 이전의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세상이 어찌돌아가든, 나라가 망하건 말건 무관심한 것도 이 증상 가운데 하나이다. 뭐 당연히 상황을 인지하는 통찰력 따위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일게다.

흔히 <냄비근성>이라고 하는 우리 민족의 특성이 따지고 보면, 지난 과거를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집단망각증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도 분야별로 많은 원인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코르사코프증후군 을 생각해보면, 원인 가운데 하나는 확실히 우리 국민들의 <알콜소비량>도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국의 성인1인당 알콜소비량은 세계에서 13위이지만, 증류주의 소비량은 세계 1위다. 또한 OECD국가 가운데 15세이상 인구 1인당 술 소비량 또한 단연 1위다. 2위인 프랑스와도 거의 3배의 차이가 난다.



특히 소비가 많은 증류주 가운데 하나인 소주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이미 많은 자료들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 허긴 나 개인적 경험으로만 해도 중2때 담임선생님 앞에 무릎 꿇고 술을 배우기 시작해서 고3을 졸업한 직후 주량이 이미 절정을 찍고, 그 이후 평생 두주불사하면서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긴 했으니, 내가 남탓할 자격은 없다.

그저, 지난 역사에 대한 무관심은 且置(차치)하고라도, 불과 2세대, 3세대전의 국가흥망의 기억조차 집단적으로 상실해 버렸으니, 심각한 지경을 넘어 아마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어떤 외국학자의 손에 <국가적 집단기억상실증후군>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미국산 쇠고기에 광분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백프 미국산 쇠고기 사용하는 강남의 ㅆㅆ햄버거 집 앞에는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도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건 거의 집단망각을 뛰어넘어 "또라이가 집단적으로 육백치는" 형국이다.

처칠은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라고 말했고, 신채호선생도 똑같은 말을 한 기록이 나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불과 100년하고도 10년도 채 되지 않았던 과거에 나라를 잃어버렸고, 긴 고난의 세월과 동족상잔의 이념전쟁으로 온 국토가 초토화되는 경험을 하고도 불과 70년만에 세계가 놀라는 기적을 이루고도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 나라.

오늘은 문득 병실에서 대부분이 대장암환자인 사람들을 보면서, "아 저 사람들도 어지간히 삼겹살에 소주 꽤나 마셨겠지."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면서, 국가 전체가 코르사코프증후군 에 빠지게 된 원죄를 갑자기 소주 탓으로 돌리고 싶어진다.

다행히 이제 나는 그저 술을 보기만 해도 취하는, 혹은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관주"의 단계에 들어섰다.

글:Tai Young Song/페이스북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