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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믿나"…이상민 당혹시킨 獨 외교관 일갈

작성자
hwlee8
작성일
2018-12-10 08:33
조회
119
[강찬호의 시선] "北 믿나"…이상민 당혹시킨 獨 외교관 일갈

‘제재 완화’ 촉구하자 ‘한두 번 속았나’라며 자리 박차
‘반미 원조’ 허인회도 ‘청와대의 아마추어 외교’ 우려

유럽에 순방 간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독일·프랑스 정상에게 대북 제재완화를 요구했다가 단칼에 일축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민(4선·유성을)은 유럽의 홀대에 격분했다. ‘대통령을 위한 변명’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때마침 서울을 찾은 동북아 담당 독일 고위 외교관이 한·독 친선협회 대표를 맡은 이상민에게 인사를 온 것이다.

이상민은 그에게 대놓고 따졌다. “독일은 햇볕정책 원조 국가 아니냐. 문 대통령에게 덕담 한마디 못 해주느냐.” 독일 외교관의 대답은 싸늘했다. “비핵화는 유럽연합(EU)의 보편적이고 일관된 요구다. 할 일을 안 하는 북한에 채찍을 내려놓을 순 없다.”

이상민은 역설로 대응했다. “제재를 조금 풀어주면 북한도 협상의 효용을 인정해 비핵화에 나설지 모르지 않느냐.” 독일 외교관은 반문했다. “북한을 믿느냐. 국제사회가 북한에 속은 게 한두 번이냐. 위험한 나라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마당에 제재 완화는 안 된다.” 말문이 막힌 이상민은 “그래도 평화를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독일 외교관은 피식 웃더니 이렇게 쏘아붙였다. “북한은 미국보다 유럽에 더 가깝다. 그들의 미사일은 유럽에 더 위협이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이만 가겠다.”

이상민은 부아가 치밀었다. 이번엔 유럽이 아니라 정부 당국을 향해서였다. “유럽 분위기가 이런 줄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고도 안 하고 대통령이 망신을 당하게 놔뒀단 말인가!” 더 막막한 건 이런 쓴소리를 할 창구조차 없다는 거였다. 대북정책을 청와대가 독점해 여당 중진 의원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은 외교부가 올린 정책을 그대로 받아 썼다. 지금은 외교부 입이 쑥 들어가고, 청와대 참모진이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한다. “그 문제는 ‘큰 집(청와대)’에 물어보라”는 말이 외교관들 입에서 예사로 나온다. 문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사고가 잇따르는 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균열 조짐도 심상치 않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1년 남짓 봤는데 자신이 얘기한 건 꼭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과 정면충돌한다. “한·미 간에 전혀 다른 입장이 없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양국 간 불협화음)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2일 뉴질랜드행 전용기내 기자간담회)과도 180도 다르니 어안이 벙벙하다. 서울과 워싱턴 사이가 멀어진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당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볼턴 안보보좌관 사이에 통화부터 뜸하다. 청와대·백악관, 외교부·국무부, 국방부·펜타곤, 국정원·CIA 간에 채널이 7~8개씩 동시 가동된 전 정부 시절과 너무 다르다.

현 정부와 친분이 두터운 586 운동권 출신 허인회조차 쓴소리를 낸다. 1985년 고대 총학생회장 겸 삼민투의 위원장을 맡아 미문화원 점거를 주도했던 반미학생운동 주역의 한사람이다. 16·17대 총선에 민주·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최근엔 태양광 에너지 사업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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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Q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면.

A : “실사구시가 약하다. ‘우리 민족끼리’도 중요하지만, 북핵은 그걸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는 미·중·러·일이 얽힌 멀티래터럴(다자) 이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는 대신 (북한과) 양자 관계에만 매달린다. 턱도 없는 짓이고, 문제가 심각하다.”

Q : 노무현 정부를 거친 사람들인데.

A : “그래도 경험이 부족하다. 솔직히 청와대 사람 중 영어 할 줄 아는 이가 하나라도 있나. 미국을 다루는 방식도 너무 단선적이다. 대미 채널은 우파·좌파·시민사회 등 여러 개가 있는데 전혀 쓸 줄을 모른다. 2007년 7월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다. 당시 워싱턴에 있던 내가 풀뿌리 조직으로 현지 시민사회에 침투해 의회를 압박한 끝에 성사시킨 거다. 나도 과거 ND(민족민주) 운동권이었지만 3년간 미국에서 살아보니 현실이 보이더라. ‘용미(用美)’를 하려면 ‘지미(知美)’부터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지미 없어 용미만 하려 한다. 뭘 모르니까 트럼프에게만 매달리는 거다. 대통령이긴 하지만 그의 힘만으로 워싱턴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당장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발목을 잡고 있지 않나. 그러면 우리 정부는 우회적으로 민주당에 접근해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

Q : 청와대의 운동권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나.

A : “그들과 얘기해보면 최선을 다하고는 있어 보이나 성과는 아마추어다. 종석이(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허인회의 운동권 4년 후배)에겐 미안하지만, 솔직히 역부족이다. 그러니 문 대통령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고생하는 거다. 참모들이 지금이라도 미국에 입체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기사 원문 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18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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